생명은 무엇으로 사는가

2부 · 세포에게 묻다

적게 먹는 몸은 오래 사는가

적게 먹으면 더 오래 산다. 이 말은 오래전부터 떠돌았고, 실험실의 동물에서는 꽤 분명하게 참이었다. 먹이를 굶기지는 않되 적당히 줄여 키운 쥐는, 마음껏 먹인 쥐보다 수명이 이삼십 퍼센트씩 길어진다. 사람으로 치면 수십 년이 늘어나는 셈이다.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고 이만큼 강력하게 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달리 드물다.1 그래서 한때 ’적게 먹기’는 장수의 가장 확실한 열쇠처럼 여겨졌다.

사람에서는 어떨까. 잘 설계된 한 연구가 답의 실마리를 준다. 비만이 아닌 건강한 성인들이 이 년 동안 평소 먹던 양에서 약 12퍼센트를 줄였다. 결과는 또렷했다. 군살과 내장지방이 빠지고, 몸속 염증을 나타내는 수치가 내려갔으며, 노화의 속도를 재는 지표마저 느려졌다.2 적게 먹은 몸이, 같은 두 해를 살고도 덜 늙은 것이다. 동양의 옛 의서가 양생의 으뜸으로 꼽은 ’가벼운 몸’이, 여기서 처음으로 측정 가능한 숫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결론은 단순해 보인다. 줄여라. 그러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들이 있었다.

먼저, 쥐에게 참인 것이 사람에게 그대로 참은 아니다. 몇 해를 사는 작은 짐승의 몸과, 백 년을 사는 사람의 몸은 셈법이 다르다. 실제로 사람과 가까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두 건의 큰 연구는 서로 엇갈린 결과를 내놓았다. 한쪽은 수명이 늘었다 하고, 다른 쪽은 수명까지는 아니어도 건강이 좋아졌다 했다. 동물에서 그토록 분명하던 것이, 사람에 가까워질수록 흐릿해진 것이다.

다음으로, 지나치면 도리어 해롭다. 너무 오래 너무 심하게 줄이면 근육이 빠지고, 뼈가 약해지고, 추위를 타고, 기운과 의욕이 함께 꺼진다. 앞에서 본 그대로다. 비움은 약이되, 비움만으로는 독에 가까워진다. 곳간을 비우는 것과 곳간을 텅 비운 채 두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 알맞은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한창 자라는 사람과 노년에 든 사람, 살집이 넉넉한 사람과 이미 마른 사람에게, 같은 ’줄임’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누군가에게 약이 되는 결핍이 누군가에겐 독이 된다. 그러니 ’적게 먹어라’는 한마디 구호는 정직하지 않다. 더 정직한 말은 이것이다. 저마다 제 몸에 맞게, 줄였다 채우는 박자를 찾아라.


그럼에도 한 가지는 또렷이 남는다. 알맞게 줄이는 몸이 더 깨끗하고 더 천천히 늙는다는 방향만큼은, 작은 동물에서도 사람에서도 같은 쪽을 가리켰다. 자연에게 물어 얻은 이치가, 사람의 세포와 혈액 속에서도 흐릿하게나마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그림이 묘하게 낯익었다. 현대 과학이 값비싼 장비와 긴 연구로 이제 막 더듬어 가는 이 자리를, 누군가는 이미 수천 년 전에 다른 언어로 적어 두지 않았던가. 정미한 것을 적게 들여 오래 또렷이 사는 몸. 옛사람은 그런 사람을 진인(眞人)이라 불렀다. 과학이 도착한 자리에, 옛 글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다음 물음: 적게 먹어 오래 사는 몸을, 옛 의서는 무엇이라 적어 두었는가?


Footnotes

  1. 설치류에서 칼로리 제한(CR)은 수명을 20~40% 연장하는, 재현성 높은 비유전적 중재다.

  2. CALERIE 2상 임상(비만 아닌 성인, 2년, 평균 약 12% 절제) — 체지방·내장지방 감소, CRP·TNF-α 등 염증 지표 감소, 노화 속도 지표(DunedinPACE) 둔화. 영장류 대상의 두 대규모 연구(위스콘신·NIA)는 수명 연장 여부에서 엇갈렸고, 사람에서 절대 수명 연장 증거는 미확립이며 과도한 제한은 부작용을 동반한다(동물→인간 비약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