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무엇으로 사는가

1부 · 자연에게 묻다

추위를 견디는 비움

어렵게 지은 열을, 순록은 어떻게 지키는가. 영하 사십 도의 바람은 몸이 만든 온기를 쉼 없이 바깥으로 끌어낸다. 더 많이 때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땔감, 곧 먹이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순록에게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것.


첫째는 털이다.

순록의 털은 속이 비어 있다. 빨대처럼 가운데가 텅 비어, 그 안에 공기를 가둔다. 공기는 흔하면서도 가장 뛰어난 단열재다. 솜이불이 따뜻한 까닭도 두꺼운 솜 자체가 아니라 솜 사이에 갇힌 공기 때문이다. 순록은 속 빈 겉털과 촘촘한 밑털로 두 겹의 공기층을 두른다. 그 덕에 영하 오십 도까지는 몸을 더 데우지 않고도 체온을 지킨다.1

무언가를 더 채워서 막는 것이 아니다. 털 속의 ‘비어 있음’, 그 빈 공기가 추위를 막는다. 비움이 곧 단열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피가 다니는 길이다.

다리로 내려가는 더운 피와, 다리에서 올라오는 차가워진 피. 순록은 이 둘이 다니는 혈관을 나란히 맞붙여 두었다. 내려가던 더운 피가 곁을 지나는 찬 피를 데워 준다. 그래서 발끝에 닿을 즈음 피는 이미 식어 있고, 몸으로 돌아오는 피는 다시 데워져 온기를 거의 잃지 않는다. 열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대신, 몸 안에서 한 바퀴 돌아 되돌아오는 셈이다. 학자들은 이 구조를 역류 열교환(逆流熱交換), 곧 나가는 더운 피와 돌아오는 찬 피가 맞붙어 열을 주고받는 구조라 부른다. 같은 장치가 콧속에도 있어, 숨을 내쉴 때 빠져나갈 열까지 붙든다.2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하나 있다. 순록은 발끝을 일부러 차갑게 둔다는 점이다.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의 차이가 클수록 열은 더 빨리 새어 나간다. 발을 굳이 데우려 애쓰는 대신, 발끝을 바깥 공기와 비슷하게 낮춰 두면, 새어 나갈 열의 차이 자체가 줄어든다. 낮춤으로써 지키는 것이다.


두 방법은 결이 같다. 더 많은 열을 만들어 밀어붙이는 쪽이 아니라, 있는 열을 덜 잃는 쪽이다. 비어 있음으로 막고(속 빈 털), 내보낼 열을 되돌리고(피의 되돌림), 말초를 낮춰 손실의 폭을 줄인다(차가운 발끝).

앞 글에서 본 질소의 되돌림이, 여기서는 열의 되돌림으로 되풀이된다. 순록의 살림은 들이는 데가 아니라 잃지 않는 데에서 정교했다. 비움과 낮춤과 되돌림. 같은 솜씨가 위장에서도, 살갗에서도, 핏줄에서도 똑같이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는 데에도 끝이 있다. 바람이 더 매워지고 먹이가 더 줄면, 새는 것을 아무리 틀어막아도 만들어 낼 열의 양 자체가 모자라는 날이 온다. 그 막다른 자리에서 순록이 꺼내 드는 마지막 수가 하나 남아 있다.

다음 물음: 막아도 모자랄 때, 순록은 무엇을 줄여 그 겨울을 나는가?


Footnotes

  1. 순록의 겉털은 속이 빈 공동(空洞) 구조로 공기를 가두어 단열하며, 촘촘한 밑털과 함께 이중 절연층을 이룬다. 이 절연 덕에 겨울 하한 임계온도(추가 열생산 없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외기)가 약 −50℃까지 내려간다.

  2. 역류 열교환(countercurrent heat exchange) — 다리의 동맥과 정맥이 맞붙어 나가는 더운 피가 돌아오는 찬 피를 데움으로써 말초 온도를 낮추고 외부로의 온도 기울기를 줄여 열손실을 최소화한다. 비강에서도 작동해 호흡으로 인한 열·수분 손실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