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무엇으로 사는가

1부 · 자연에게 묻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버리는가

순록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가장 먼저 입과 위장에서 시작될 것이었다. 순록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버리는가.

먹는 것부터 보면 막막하다. 겨울 툰드라에서 순록이 얻는 것은 거의 지의류, 곧 이끼뿐이다. 그런데 이끼의 주된 양분인 리케닌은 포도당이 질기게 얽힌 다당류여서, 보통의 초식동물 위장으로는 좀처럼 분해되지 않는다. 사람이 이끼를 먹으면 대부분 그대로 지나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영양이 거기 있는데도, 꺼내 쓸 열쇠가 없는 것이다.

순록의 해법은 혼자 분해하지 않는 데 있다. 순록처럼 되새김질하는 짐승의 위는 여러 칸으로 나뉜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첫째 칸을 반추위(反芻胃)라 하는데, 미생물이 가득 든 몸속의 발효 탱크 같은 곳이다. 여기에는 사람에게 없는 미생물 무리가 산다. 한 종이 아니라 여러 세균이 분업한다. 어떤 균은 질긴 사슬의 한쪽 매듭을 끊고, 다른 균은 남은 조각을 더 잘게 가르며, 또 다른 균이 그 끝을 마무리한다. 연장 하나로는 풀 수 없는 매듭을, 기능을 나눠 가진 미생물의 도시가 협동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잘게 분해된 이끼는 순록이 곧바로 흡수해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바뀐다. 순수한 이끼만 먹어도 그 75퍼센트가 소화된다.1 빈약해 보이던 한 줌이, 미생물의 분업을 거쳐 거의 남김없이 몸으로 들어간다.


버리는 쪽은 더 인상적이다.

겨울 이끼에는 단백질의 재료인 질소가 극히 적다. 보통의 동물이라면 몸 안에서 쓰고 남은 질소를 요소(尿素), 곧 오줌으로 나가는 노폐물로 만들어 내보낸다. 순록은 그 귀한 질소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간에서 만든 요소를 그대로 흘려보내는 대신, 상당량을 다시 반추위로 되돌린다. 그러면 미생물이 그 요소를 붙잡아 제 몸, 곧 미생물 단백질을 짓고, 그 단백질은 다시 순록에게 흡수되어 살이 된다. 버려질 뻔한 노폐물이 한 바퀴 돌아 다시 양분이 되는 것이다.2

순록의 몸에서 질소는 거의 닫힌 회로를 돈다. 들인 것을 버리지 않으니, 적게 들여도 모자라지 않는다. 가난한 살림일수록 함부로 버리는 것이 없는 집과 같다.


여기까지 보면 순록의 비결이 드러난다. 비결은 더 많이 먹는 데 있지 않았다. 두 가지였다. 하나, 혼자 못 푸는 것을 여럿이 나누어 푼다 — 분해의 분업. 둘, 쓰고 남은 것을 버리지 않고 되돌린다 — 자원의 재순환.

정교함은 더 많은 것을 들이는 데서 오지 않았다. 들인 것을 남김없이 쓰고, 거의 버리지 않는 데서 왔다. 빈약한 입력이 정밀한 구조를 부른다던 앞의 말이, 순록의 위장 속에서 이렇게 구체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알뜰히 먹고 아껴 쓴들, 만든 것을 지키지 못하면 헛일이다. 영하 사십 도의 바람 앞에서, 애써 만든 열은 끊임없이 몸 밖으로 새어 나가려 한다. 적게 먹어 어렵게 지은 몸을, 추위는 가만두지 않는다. 먹고 버리는 일이 살림의 안쪽이라면, 이제 살림의 바깥,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일이 남았다.

다음 물음: 그렇게 어렵게 만든 열을, 순록은 혹한 속에서 어떻게 빼앗기지 않고 지키는가?


Footnotes

  1. 지의류의 주요 다당류 리케닌(β-glucan)은 Ruminococcus·Bacteroides 등으로 이루어진 반추위 미생물 컨소시엄과 다중 글리코시드 가수분해효소가 협동 분해하며, 산물은 휘발성 지방산으로 발효되어 흡수된다. 순수 지의류 식이 건물 소화율 약 75%.

  2. 간에서 합성된 요소의 상당분(반추동물 일반 40~80%)이 침·혈액·반추위벽을 통해 반추위로 재진입해 미생물 단백질로 재합성된다. 순록은 요소-질소 풀이 약 12시간마다 순환하며 그 70%가 아미노산으로 재전환되고, 저단백 식이 시 사구체 여과율을 낮춰 요소 배설을 최소화한다.